[기자수첩] 금융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기자수첩] 금융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31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산업에서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소비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어난 경쟁사들이 이윤 추구에 혈안이 돼 '돈이 되는' 사업에만 몰려들다 보면, 그 산업이 도의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다른 부문에 대한 주의가 소홀해질 수 있다. 최근 찬반 논의가 격화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그런 경우다.

물론 전금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편의가 높아지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안 신용평가가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 정기적인 소득이나 자산 등을 기준으로 신용을 평가하던 기존 금융권과 대비해, 핀테크 업체들은 풍부한 비금융정보를 기반으로 대출 고객의 신용을 정확히 판단하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수가 있다. 이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결점 없이 완벽한 정책은 없다. 일단 전금법 개정안은 연초 '빅브라더' 논란에 휘말렸다. 개정안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들은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금융위원회는 결제원에 수집된 거래정보에 대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이유로 거래정보를 수집하겠다고 했지만, 한은은 이런 정보취득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자금 유출 문제도 우려해야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이 전금법 개정을 통해 계좌 개설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좋은 고객 혜택을 제공할 유인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지역민들 역시 혜택 면에서 밀리는 지방은행보다 빅테크 업체가 내놓은 계좌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방은행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지역 재투자는 지방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때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이제까지 각 지역이 지역 화폐를 발행해 지역상점으로 사용처를 한정하고, 지급결제 참여기관을 지역 금융사로 한정하면서 자금의 역외유출을 최대한 막은 이유다. 그러나 전금법 개정안을 계기로 지역의 자금 유출이 심화한다면 결과적으로 지역 재투자 등이 어려워지면서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균형 발전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 

정책은 한번 결정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짤 때 충분히 고심, 또 고심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금융시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 또한 금융당국의 규제 유연화가 그 시발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책 결정자들의 책임 있는 논의를 기대해본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