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 모습 갖춘 임대차3법, 첫 단추 잘 채워야
[기자수첩] 제 모습 갖춘 임대차3법, 첫 단추 잘 채워야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4.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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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차3법이 마침내 제 모습을 갖췄다. 작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에 이어 '전·월세신고제'가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수도권과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임대차3법은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 정책 중 하나로, 임대차 계약에서 '을'로 여겨지는 세입자를 보호하고, 전세시장에 대한 안정을 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부적으로는 세입자가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재계약 시 보증금을 기존 가격 대비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전·월세상한제, 임대차 계약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전·월세신고제가 담겼다.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임대차3법이 완성됐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우선, 가격과 계약 시점 등이 공개되면서 시장 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그간 매매거래 대비 파악이 어려웠던 전·월세 거래를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순기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으로 얻는 수익이 일부 공개되다 보니, 정부가 이를 과세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표준 임대료 도입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세입자를 위해 마련한 제도가 되레 임대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여기에 가격이 공개되는 만큼 임대인들이 인근 매물 대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시장 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취재 중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신고제가 보증금에 대한 과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매물 둔화와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올해 들어 상승 폭을 줄이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임대차3법에 대한 수정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임대차3법에 대해 "어떤 정책이든,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볼 수는 없는 만큼 보완을 위해 그동안 정부도 제도를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말처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특히 주거 관련 정책은 임대인과 세입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밀접하다 보니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여러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왕 시작한 만큼 어렵더라도 초기에 문제를 찾고 고쳐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못 채우면 마지막 단추는 채우지 못해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