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너무 짧은 시간
[e-런저런] 너무 짧은 시간
  • 신아일보
  • 승인 2021.01.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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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지인과 치맥하는 자리가 있었다. 퇴근시간과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 오후 7시께 만나 치맥집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보든 자주 보든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늘 끝없는 수다가 뒤따라온다. 그날도 앉자마자 기자의 폭풍 입질이 시작됐고 상대는 대답과 부연설명을 하기에 바빴다.

여러 이야깃거리의 순환으로 유쾌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술이 오르자 점점 흥이 났고 대화는 무르익었다. 그새 맥주 2명이 비워졌다. 종업원을 보며 맥주 한 병 더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종업원은 곧 맥주 한 병을 더 가져왔고 그와 함께 “영업시간 10분 남았습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네?”라고 놀라 시계를 보니 과연 시곗바늘은 오후 8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리두기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됐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순간 잊고 있었다. 이에 가져온 맥주를 다시 돌려보냈고 서서히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8시55분이 되자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나갈 채비에 박차를 가했다. 거의 동시에 자리를 뜬 사람들로 인해 계산대에는 줄이 길게 늘어졌다. 대화의 마무리도 못한 채 시간에 쫓겨 황급히 나오느라 아쉬움이 컸다.

치맥집을 나선 후에는 길거리를 빙빙 돌았다. 다른 술집도 문을 닫았을 터라 갈 곳이 없어 길거리를 돌면서 대충 대화를 갈무리한 것이다.

“아 9시는 너무 짧네, 짧아”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고, 수다로 지쳐 쓰러져도 시간이 남는 날에 다시 보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발길을 돌렸다.

12월 들불같이 확산한 코로나19는 새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 조치 등을 다소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을 전면 중단한 시설의 재개 소식도 벌써 들린다.

코로나19의 노출을 막기 위해 되도록 야간 행동을 줄이는 것이 좋으나 그렇다고 코로나가 오후 9시가 되면 사라진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무조건 몸을 낮추는 건 모호한 구석이 있다.

거리두기로 생활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중요한 일정은 소화할 수밖에 없다.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것은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현실을 반영해 영업시간을 최소 10시까지로 조정하는 게 어떨까 싶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