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체율 관리가 필요한 '새해'
[기자수첩] 연체율 관리가 필요한 '새해'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1.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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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경기 상황은 아직 암울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아직까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이들을 위한 대출 상환 유예 연장 카드를 다시 한 번 만지작 거리는 이유다. 물론 갑작스러운 금융단절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뒤로 떠밀어놓은 원금과 이자로 인한 앞으로의 부실 우려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올해 3월이면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 4월부터 이자 상환을 유예해왔다. 당초 지난 9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지원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올해 3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그동안 금융회사의 기업 대출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전산업 대출잔액은 전 분기 대비 37조8000억원 증가한 1366조원으로 집계됐다. 대출액 증가폭은 재작년 3분기 20조5000억원보다 배 수준으로 높았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이 유예된 대출금을 부실로 파악하지 않고 있어, 실제 연체율이 어떨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은행은 대출 영업을 크게 늘렸지만, 이자 유예 상환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연체율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9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로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 정책이 반영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다. 

작년 말 사실상 중단됐던 시중은행 대출이 올해부터 재개될 조짐을 보이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직장인 신용대출에 대한 비대면 신청을 다시 받기로 결정했고,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11일부터 중단했던 비대면 직장인 대출을 이달 중 재개한다. 

지난달 22일부터 2000만원이 넘는 모든 신규 가계대출을 막았던 KB국민은행도 연초부터는 이 같은 조치를 해제한다.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연말 대출을 일시적으로 대폭 조였던 은행들은 점차 대출 영업을 완화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자 상환 유예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금 대출이 재개될 경우 부실은 더 크게 쌓일 우려가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부실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의 선제적인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 상시적인 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잠재적인 부실이 터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은 과감히 조정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신축년 새해, 당국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해본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