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미애와 윤석열의 극적 화해
[기자수첩] 추미애와 윤석열의 극적 화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1.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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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물'이다. 끝나지 않는 연속극이자 변화무쌍하고, 종잡을 수 없다. 복잡한 구조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선 누구와도 손 잡을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종착역을 앞두고 불안정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에 대해 "스스로 중립을 훼손하는 언행을 지속하기 때문에 제가 지휘·감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는 정치 중립성을 지키고 얽히고 설킨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역 국회의원도 아닌 추 장관은 온전한 공직자임에도 야당과 맞서는 것은 물론 편파적 발언을 일삼으며 정치하고 있다.

윤 총장은 과거부터 정치 검사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 사건을 맡으며 박근혜 정부를 위협했고 보수와는 대립각을 세우는 게 불가피했다. 2013년에는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녀' 사건을 고리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를 맡았다.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칼을 빼들자, 옵티머스 자산운용 고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까지 가세했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보수진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박 대통령 입장에선 애먹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이 과정에선 현재 국회의원인 친박으로 분류하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2012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정당성 공방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윤석열 수사팀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하고 적용 불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애당초 박근혜 정부와는 불편한 관계였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등 공신인 셈이다. 과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실소유 의혹 수사도 지시했다.

과거 공안부 출신 검사를 밀어주던 보수 정권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수사부(특수부) 출신을 검찰 요직에 채우면서 법조계 안에선 '특수부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총장 역시 대표적 특수통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 권한 줄이기는 특수부와 공안부 위주의 조직 폐단을 없애는 것"이라는 추 장관 발언은 문 대통령 의지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혈액형까지 바꿀 순 없다. 윤 총장의 과거 실적 때문에 국민의힘은 그가 야권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사정을 고려하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자신들의 신상과 거취를 위해서라도 결국 극적 화해를 이뤄야 하는 구조다. 불필요한 투병은 생명에 위협을 주지만, 끝내 이긴다면 면역력과 건강을 선사한다. 이들이 화해한다면 여론에 희열감을 주고, 재·보궐 선거와 대선 정국에선 정권 유지를 위한 최상의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윤 총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나오는 대수술은 생명 유지는 가능하지만, 후유증과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