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감백신 포비아' 누굴 믿어야 하나
[기자수첩] '독감백신 포비아' 누굴 믿어야 하나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10.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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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독감백신 포비아(PHOBIA)’가 국민을 휘감고 있다.

이달 16일 독감백신을 맞은 10대 고등학생이 예방접종 이틀 만에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유사 사례는 지난 25일 오후 1시 기준 48명까지 늘어났다. 첫 사망자 발생 후 단 10일 만에 수가 급증했다.

여기에 국회서는 국정감사 시즌에 맞물려 ‘인과관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최근 5년 반 동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15건에 달한다’, ‘정부 권장 우선 독감백신 접종자 중 면역저하자와 만성 폐·간질환자 등은 복용약과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등의 자료를 냈다.

상황이 이러하자, 국민 사이에선 독감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목숨을 담보로 독감 예방접종을 할 수는 없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물론,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예방접종 후 사망했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그에 따른 예방접종 기피현상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수십 년간 독감예방을 위해 사용돼 왔던 예방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찍힌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같은 내부의 불신은 결국 K(코리아)-제약바이오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와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조차 불안한데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에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정부 결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계속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가 사망사례를 검토한 결과, 독감백신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독감은 국내에서 매년 3000여명이 사망하는 감염병으로, 예방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크다”며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평가를 신뢰해 예방접종을 받아 달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사망하기 전 7일 내 독감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1531명이었다”며 “독감도 코로나19 못지않게 굉장히 위중한 감염병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에 정부까지 독감백신의 안전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 나선 만큼, 공포에 떨기보다는 우선 보건당국을 믿고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K-제약바이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노리고 전문가인양 떠들어대는 혹자의 이야기에 휩쓸리기보다 보건당국을 믿는 게 낫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