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증시, 멀리 보는 전략 세워야
[기자수첩] 국내 증시, 멀리 보는 전략 세워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9.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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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론'에 휩싸였다. 주가가 저점을 찍었던 지난 3월 이후 6개월간 유동성의 힘으로 올랐던 주식시장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틀째 조정을 받았다. 

최근 주가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6.80p(2.38%) 급락한 2332.59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4.27p(2.80%) 내린 842.72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개인 투자자가 1조원 가깝게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내는 물량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불발 우려와 니콜라모터스의 사기 의혹 등 경기 민감주와 성장주 모두에게 부정적인 요인이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증시 조정폭을 확대했다. 더욱이 유럽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봉쇄 우려는 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부양책 관련 불안감과 니콜라 이슈 등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순 있어도 주식시장의 방향성까지 꺾어놓을 만한 이슈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향후 미국 경기부양책이 완전히 결렬되긴 쉽지 않고, 니콜라 이슈와 수소전기차 기술을 가진 완성차 업체의 가치는 개별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각각의 악재 이전에, 보다 근본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과열 양상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우리 증시는 최근 6개월 동안 열심히 올랐다. 지난 3월 이후 코스피 반등은 과거 30년간의 주요 반등 국면보다 속도가 빠르고 폭이 컸다. 외국 어떤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 증시의 상승세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최근 돌발적인 악재에 더욱 취약한 양상을 보이는 것 또한 그간의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오로지 개인 투자자들의 기록적인 순매수에서 상승 동력이 나왔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외국인과 기관이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 냉담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증시의 단기 하락 우려는 더욱 커진다.

물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중장기적인 우상향 기조는 굳건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기업들의 향후 실적 기대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위안화와 원화 등 대외 수요에 민감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근 조정세를 글로벌 시스템 전체의 위험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이제껏 가파르게 올라왔던 주가에 대한 부담은 언제든 해소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불안할 때일수록 가치 투자의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조정장에서 악재를 피해갈 수 있는 업종과 종목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