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꼰대 정당' 이미지 탈피의 한계
[기자수첩] '꼰대 정당' 이미지 탈피의 한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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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직장·모임 따위에 오랫동안 몸 담은 것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관습을 강요하는 사람을 일컫는 은어다. 더 나아가서는 융통성이 없는 직장 상사를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꼰대'스러운지 아닌지 판별할 잣대를 만들고 있다. 새롭게 부상한 꼰대 분별 잣대 중 하나는 가족돌봄휴가 사용 여부다. 지난 7일 여야 이견 없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가족돌봄휴가를 현행 10일에서 최대 25일까지 연장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같은 소식에 온라인상에선 긍정적 반응보다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반응이 나왔다. 회사가 눈치를 주거나, 주변 사람이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가족돌봄휴가를 쓰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 반응이었다.

이에 앞서선 재택근무 여부가 꼰대 여부를 판가름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지인 중 한 명은 회사의 1차 재택근무 시행 당시 비대면 회의 체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출근했다고 소회했다. 2차 재택근무 돌입 때는 상사의 참견이 많아지고, 별도 지시를 내려 업무를 더 주고 출근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행태는 '꼰대 탈피'가 아닌 '탈피 시늉'에 그쳤다는 것을 방증한다. 조직의 가부장적 현실을 부정하려고 해도 한계에 다다르면 여지없이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꼰대' 성향은 사회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이례적 태풍과 수해가 막심했던 올해는 기상청의 연일 빗나가는 일기예보가 여론의 뭇매를 집중적으로 맞았다. 근래 예보가 자주 틀리는 건 기후 재난으로 기존의 규칙성을 벗어나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한국 기상청은 기존의 데이터(통계)에만 의지하는 실정이다. 꼰대 문화에 안주해 이같은 상황까지 왔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비아냥을 듣기는 마찬가지다. 제1야당은 '꼰대' 관념에서의 탈피를 시도하기 위한 첫 행보로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 결정 과정에선 '국민'이란 표현에 지나치게 얽매여 무리수를 뒀다는 비난이 나왔다. 무리수를 두다보니 1980~90년대 운동권 이미지가 강하고, 정체성과 시대정신도 담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정강·정책 역시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라는 욕심을 놓지 못 했고, 꼰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였다.

한편 정계에서 물러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철통 같은 지도력 이면에는 '꼰대 속성'이 깔렸다는 인식도 상당하다.

이렇듯 '꼰대' 이미지는 국민의힘과 보수권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버리지 못한 꼰대 근성은 '죄와 벌'로 돌아왔다. 8·15 광화문 집회만 아니었더라면, 지금 여당과 야당 지지율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노동권과 진보권에서도 집회가 있었지만, 극우-국민의힘 결부는 모든 걸 삼키고 정쟁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꼰대라는 사실은 여전히 부정한다. 지지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부동층이 늘어나는 건 민심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이 당 안에 '청년의힘'을 조직해 젊은 층 의견을 수렴하고 청년 정치를 수립한다고 나섰다. 최대 약점인 20·30대 청년 잡기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지만, 정강·정책도 바꾸지 못한 상황에서 '꼬맹이' 의견을 수평적으로 받아들일진 의문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