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지금까지의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뒤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포옹하고 이 같이 말했다.
남북 정상이 사상 최초로 만나 평화 통일 등의 내용에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이 저렇게 밝힐 때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화해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 남북관계는 20년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과 극을 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각 분야에서는 전례없이 남북 교류가 크게 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진 양 정상 간 만남으로 대결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권 교체에 따라 진전과 후퇴를 오갔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터지며 순식간에 한반도가 긴장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자는 사실상 6·15 선언 이전으로 후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남북관계는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남북관계는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핵실험에 크게 출렁였다. 어쩌면 그 어떤 정부 때보다 북한의 도발이 잦았던 것 같다.
'도발 피로감'이 들 정도였다. 속보를 볼 때면 놀라움 보다 "또야?", "또 쐈어?" 라는 익숙함에 젖은 탄식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지속적으로 보냈고, 그러다 2018년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또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까지 이어지며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왔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에 빠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더 소원해졌다.
최근에는 북한의 잇단 대남 적대 발언으로 남북 갈등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남북관계는 20년 전보다 더 못한 것 같다.
급기야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거듭 시사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두려운건 익숙함이다. 과거 언젠가처럼 북한의 도발에 "또야?", "또 쐈어?"라는 반응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게 될까봐 두려운 지금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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