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자락, 순국선열묘역 성역화해야
삼각산 자락, 순국선열묘역 성역화해야
  • 김 현 풍
  • 승인 2009.05.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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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경제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은 기정 사실화 됐으며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우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힘들고 어려운 때 일수록 역사 속에서 위기 극복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난을 극복한 선조들의 지혜와 치욕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운다면 위기를 이겨내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적 성지를 소개할까 한다.

강북구 수유동 삼각산 자락에 고이 잠들어 계신 21기의 순국선열묘소가 그 곳이다.

이곳엔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어 순국한 이준 열사를 비롯 3.1운동을 주도한 손병희 선생, 항일 독립 운동과 좌우 합작운동을 펼친 여운형 선생,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임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시영 선생 등 조국의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이 모셔져있다.

또한 신익희, 조병옥 등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정치가와 오상순,현제명 등 문화 예술인, 조국 광복을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친 17위의 광복군 합동묘까지 있어 가히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교육장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한분 한분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들이건만 그동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채 우악스런 철문과 철조망에 갇혀 접근조차 쉽지않았다.

나는 1991부터 이곳에 모셔진 순국선열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벌초와 묘소 관리를 자처하고 나섰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묘소들도 깔끔하게 정비되었으며, 잠겨있던 문도 열려 참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환경부에서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시영, 신익희 선생 등 독립유공자 14분의 묘소를 새단장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엔 찾는 이 없이 무심한 등산객만 지나칠 뿐이다.

주변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는 기념일 뿐 아니라 평소에도 수많은 참배객들이 찾아오지만 그 수많은 발길 중 순국선열묘역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푸대접은 조국을 위해 몸바친 선열들을 뵐 면목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후손들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순국선열묘역을 제대로 활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게 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각각의 묘소별 정비가 아닌 묘소간 탐방로를 연결, 이야기가 있는 순례코스로 조성해야한다.

이를 위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묘소들을 거리와 안장자별 특성에 따라 건국존, 독립존, 문화예술존 등 테마별로 묶어 순례 코스를 조성하고 전체적으로도 연결한다.

탐방로는 이동통로가 아닌 삼각산의 자연 환경을 만끽하고 삼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산책공간으로 조성한다.

묘역이 집중한 곳엔 한국근현대사와 순국선열들에 대한 자료를 담고 있는 역사문화관을 짓는다.

또한 다양한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변에 생태체험장, 테마공원 등을 조성한다면 순국선열, 애국지사들의 뜻을 기리는 순례코스이자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도 사랑 받을 것이다.

강북구는 올해부터 순국선열묘역 성역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미 사업을 위한 연구 용역을 완료했으며 앞으로 환경부,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 관련부서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근 차근 진행한다면 삼각산의 순국선열묘역이 대한민국 건국의 기원을 찾는 성지로 각광 받을 날이 머지 않아 반드시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