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택트' 강조가 무색한 증권사 HTS 오류
[기자수첩] '언택트' 강조가 무색한 증권사 HTS 오류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5.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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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비대면' 시대다. 대다수 금융업무가 모바일로 이뤄지는 요즘 시대에 맞추기 위해 증권업계도 분주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서비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연일 전산장애 소식이 들려온다. '언택트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증권사들의 외침이 무색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시스템 오류를 불러온 측면도 있다.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거래를 멈췄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서버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일부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피해는 컸다.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 원유 선물 거래가 중단된 당시 롤오버(월물교체)를 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캐시콜(마진콜을 받은 고객이 정해진 시간까지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강제로 처분하는 행위)까지 받으며 대규모 손해를 봤다. 키움증권이 당시 집계한 투자자 피해 규모는 50계좌, 약 10억원 수준이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수치를 통해서도 이번 증권사 전산장애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금투협은 올해 1분기 증권사 전산장애 민원(187건)이 지난해 4분기(91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고, 금감원은 지난해 주식매매 전산시스템 장애를 중심으로 증권사 민원이 2018년 대비 22.2%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IT 인프라 특성상 앞으로도 한 치의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향후 이들 시스템에 더욱 많은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이같은 전산오류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항상 철저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글로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국내 주식시장인 만큼, 또 한번의 증시 조정이 일어날 경우 대규모 전산오류는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전산장애 사태를 IT 인프라의 문제로 국한할 수도 없다. 본래 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은 각 사의 IT 시스템 역량을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의 마케팅 행태는 일단 다수 고객을 유치하는 데 급급했던 면이 없지 않다.

지난 2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이 43조7000억원에 달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된 지금이다. 모처럼 증시에 들어온 '동학개미'들의 기대를 이같은 시스템 오류로 저버려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비대면 시스템을 위해 증권업계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