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데이터 유통시장이 온다
[기자수첩] 금융데이터 유통시장이 온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5.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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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국내 최초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시범운영 단계로 출범했다. 통상 모든 산업은 상거래를 통해 발전하기 때문에, 이번 시범 운영을 거쳐 금융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안착하면 금융권의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양질의 금융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시장이다. 현재까지 30개 금융회사가 참여했고, 150건 이상 데이터 상품이 진열대에 올랐다. 

은행권 최초로는 신한은행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데이터를 판매하게 됐다. 신한은행이 거래소에 등록한 상품은 '지역단위의 소득과 지출, 금융자산 정보'다. 이를 위해 2500만명 거래고객과 월 3억건 이상 입출금 거래 정보를 활용했다.

금융데이터는 데이터 서열에서 중요도 1순위로 꼽힌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든 결제정보가 담긴 만큼 사실상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데이터는 개인화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금융권의 인공지능(AI) 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규칙 기반이 아닌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빅데이터 환경이 필요하다.

이번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도 큰 틀에서 보면 금융당국이 지향하는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에 속한다. 이 방안은 세부적으로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구축 △금융데이터거래소 운영 △데이터 전문기관 출범 내용이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오픈뱅킹 제도를 통해서 데이터의 '개방'이 먼저 이뤄졌다. 오픈뱅킹은 금융기관 고객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게 법률 제·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오픈 API를 통해 자금 이체(입금·출금)와 데이터 조회(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정)가 가능하게 됐다. 

이번 출범은 '금융데이터거래소 운영'이라는 두 번째 내용에 해당하고, 금융데이터의 '이동권'과 자발적 의사에 근거한 교환에 따른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처럼 IT 대기업부터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필요한 데이터를 사고팔면서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이런 데이터 경제 규제혁신은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들에게도 경쟁을 통한 성장 발판을 열어주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기존 고객 정보 독점력은 약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에 전력투구하는 자세로 데이터 신시장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