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날씨. 코로나 사태로 나들이도 못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동네 한 바퀴 돌며 산책에 나섰다.
가는 봄 붙잡지도 못하는 신세타령도 잠시, 헤드라이트가 켜진 차량 한대를 발견했다. 아파트 주차 스티커도 없는 것이 방문차량이 분명해 보였다.
‘저러다 방전이라도 되면 어쩌나. 전화라도 넣어줄까, 아님 문자라도 해줄까’ 노파심이 일었지만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며칠 전 지인이 들려준 사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들른 지인은 환한 대낮 시간 헤드라이트가 켜진 차량을 발견하고 차 앞면에 붙여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방전될까봐 전화했다는 지인의 말에도 차주로부터 퉁명스럽게 “알았다”라는 대답이 돌아와 호의를 베풀고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은 직후 다시 차주에게 전화가 걸려와 ‘혹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하나’라고 생각한 지인은 그러나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고.
“자신은 라이트를 다 끄고 내렸다. 내 차에 무슨 짓 한 것이냐. 차에 무슨 일이라도 있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지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했다는 지인은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다”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그 후로 내 일 아닌 남의 일은 제아무리 불의라고 한들 신경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혀까지 클클 차며 분노하던 지인의 모습이 여전히 아른거린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도 이와 같은 사연들이 올라오곤 한다. 지갑 주워 줬다가 도둑으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우는 아이 달래주며 엄마 찾아주려다 “신경 꺼요”라며 되레 욕만 들었다는 사연 등.
그들은 말했다. ‘호의를 베풀었다 상처만 받았다며 앞으로는 그 어떤 일에도 눈 감아 버리겠다고...’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작은 친절마저도 외면 받고 거부당하는 모습에 씁쓸함이 커지는 오늘이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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