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잡는다 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어도 우리는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정부는 수준 이상의 대응으로 기존 확진자들의 회복에 힘썼고, 중국인 통제 없이도 꽤나 선방하며 대응체계를 갖춰가는 모습에 대한민국 국민인게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물론 불과 며칠 전까지의 얘기다. 짧은 며칠 사이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도, 코로나19에 대한 생각도 싹 다 바꼈다. 아마도 이 시기는 31번 확진자의 동선 공개 전후쯤 될 것이다. 30여명의 확진자 수에서 500여명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일이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대한민국은 평온했다. 대통령은 “곧 종식”이라는 발언을 할 수 있었고 국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꽤나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초기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후베이성에서의 입국만을 금지했고, 이후 한동안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으면서 정부의 대책이 선방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이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국인과 비슷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한국인이 입국하면 일단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파푸아뉴기니 등의 나라에서 한국인 입국에 제동을 걸었다. 확진자가 500명이 넘어섰으니 어쩌면 당연한 조치다.
국민으로서 답답한 것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다. 이번 주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로, 코로나19 확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역사회 전파라는 무서운 일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현재 패닉에 가깝다. 거리를 오가는 발길이 이미 끊어졌으며 상인들은 생계가 달린 가게문을 걸어잠글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확산세를 막아야 하는 이 때, 중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에 들어와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무엇이 두려워 아직도 중국인 입국제한과 정부위기단계 격상을 고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지 묻고싶을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국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아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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