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비웃는 투기…"부동산 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요?"
[기자수첩] 규제 비웃는 투기…"부동산 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요?"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1.28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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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갖가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지만, 규제 테두리 밖에서는 군불 때기가 한창이다.

실제, 지난 15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선 개통이 확정되자 비규제지역인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과 금곡동 주변 아파트 호가가 순식간에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이 지역 대장주로 불리는 '호반베르디움 더센트럴'은 가격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 지난달 5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지금은 7억5000만~8억원대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다.

광교~호매실선뿐만 아니라 인덕원선과 수인선 개통 계획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원역~인천 송도역을 잇는 수인선은 오는 8월 개통 예정이며, 인덕원선도 기본계획이 발표돼 구간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다. 덕분에 이 지역을 지나는 수원시 팔달구와 영통구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통호재가 터지자 외지 투자수요의 문의가 늘었고, 이로 인해 호가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규제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교통호재를 등에 업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이들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이 있어서다. 지역 시세에 눈이 맞춰져 있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갑자기 뛰어오른 집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들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는 이점을 보고 수도권 지역에 살아왔지만, 이제는 서울 못지않은 비싼 집값을 지불하거나 집값이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 돼버렸다.

더 큰 문제는 투기수요에 의해 집값이 한껏 부풀어 오른 그 다음에 찾아온다. 투자 가치가 정점을 찍고 나면 다시 외부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고, 비싼 값을 치른 실수요 개념의 집주인들이 이번에는 자산 가치 하락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호가가 오르는 것보다 그 이후에 남은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버블 붕괴가 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역대 최고 강도 부동산 규제라고들 하는데, 부동산 지도를 넓게 펼쳐 놓고 보면 규제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싶겠지만, 풍선효과가 여기저기서 빈발하고, 투기수요는 규제를 피해 전국구로 활동한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계획대로 가는 과정인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인지 모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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