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의 위기, 소비자가 답이다
[기자수첩] 유통의 위기, 소비자가 답이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20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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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들리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였다. 새상품은 어떤 게 나왔고,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은 어떻게 다른지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려진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다. 모바일로 빠르고 간편하게 주문하고 배송 받는 장점은 차치하더라도, 웬만한 제품 가격은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고 구매패턴을 파악한 쇼핑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상품은 알아서 최저가로 찾아주기 때문이다. 설마 이런 게 있을까 한 상품들도 검색하면 있고, 유행 중인 독특하면서 이색적인 상품들도 끊임없이 쏟아졌다.  

온라인 쇼핑의 장점들은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이(e)커머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유통업체 매출동향(1~11월)을 살펴보면, 오프라인 채널은 -0.7%(평균치)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에 온라인 채널은 14.6%의 플러스 증가세를 보였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2019년 3분기 기준)은 마트의 심각한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급감했고, 또 다른 축인 이마트는 1993년 창사 이래 지난해 2분기에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등 모두 ‘어닝 쇼크’ 수준의 참담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지난해 말 수장 전면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 방식대로 사업을 추진하다가는 소비자들로부터 계속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유통대기업 총수들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방식과 경영습관 등 모든 요소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에 있는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표현을 빌려 관습 타파를 주문했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공감(신동빈)과 소비자에 대한 광적인 집중(정용진), 변화하는 소비자 가치(정지선)를 얘기하며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은 바로 ‘소비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침체와 부진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니즈(Needs)를 제 때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19일 타계한 유통 1세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평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라며 “고객이 즐겨 찾게 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고 한다. 맨손으로 유통왕국을 세운 거인(巨人)의 경영철학을 충분히 곱씹어볼만하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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