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재철 원대의 뒤집힌 첫 합의
[사설] 심재철 원대의 뒤집힌 첫 합의
  • 신아일보
  • 승인 2019.12.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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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잠복됐던 당내 불만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불허로 인한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드러나면서다. 

9일 심재철 한국당 새 원내대표는 선출되자마자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만나 새해 예산안을 10일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은 상정 보류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패트법안 상정 보류와 관련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199개 법안에 신청했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했지만 막상 의원총회에서는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철회를 보류했다.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의 첫 여야 합의를 의원총회에서 번복된 것이다.

사실 심 대표의 선출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당내 비주류이면서 5선 중진인 심 대표가 원내대표에 뽑힌 것이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생채기를 냈다는 것이다. 이른바 ‘황심’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심 대표의 당선은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비박세력과 중진들이 힘을 모았다는 해석이다. 단식투쟁이후 당권을 강화한 황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풀이도 나왔다. 이런 기류가 결국 새 원내대표의 첫 번째 정치협상의 여지를 좁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예산안 합의처리나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결국 끝없는 대립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사실 이런 기류는 지난 9일 감지됐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지난 9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오는 14일 서울도심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등 이른바 ‘친문 3대 농단’으로 규전한 각종 의혹을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어 내주에는 하명수사 의혹의 무대인 울산을 찾아 집회를 하고 부산 등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한편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각함으로써 총선을 앞둔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단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해지지 세력을 모으고 이를 동력으로 하는 정치를 선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내홍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가 친박세력과 초?재선의원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려 할 것을 우려해 비박세력과 중진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국회 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를 볼모삼고 장외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제1야당의 국회 발목잡기와 민심 외면이 부각될 경우 수권정당의 능력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지금 국민은 정권을 다시 맡길 수 있는 보수정당의 역할을 한국당이 할 수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