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만과 무지’의 민낯 드러낸 중기부
[기자수첩] ‘태만과 무지’의 민낯 드러낸 중기부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12.04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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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확인서를 제출 안하면 가산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공문을 받았는데 확인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구요? 전화 받는 분 직함과 성함이 어떻게 되죠?”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아.......전 사회복무요원인데요?”이었다.

본지 기자가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SMINFO)에서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홈페이지에 적시된 관할 상담부서에 연락해 담당자라고 연결된 인물과 10분가량 실랑이를 벌인 끝에 들은 황당한 답변이었다.

단어부터 낯선 중소기업확인서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발급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선 사전에 회사 사업자등록번호와 법인번호는 알고 있어야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제출해야하는 서류로는 최근 3년치 법인세 내역서와 재무제표, 원천징수이행사항 신고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 근로자 개인이 제출할 수 없는 서류들을 필요로 했다.

절차만 봐도 근로자 개인이 직접 발급받기는 매우 어려운 서류임이 분명했지만 개인적 사정에 의해 필요한 서류이다 보니 회사에 알려 부탁하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근로자 개인이 쉽고 간편하게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관할 부서에 문의했지만 얻은 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험이었고 이를 통해 막장을 달리는 국가기관의 시스템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게 됐다. 

담당자라며 전화를 받은 건 20대 중반의 남자 직원이었다.

전후 상황을 설명하며 “중소기업확인증명서는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서류라서 꼭 발급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회사를 거치지 않고 근로자 개인이 보다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한 결과 그 남자 직원은 너무도 당당하게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혼란스러웠다. 분명 공문에는 가점대상자 준비서류로 중소기업확인서 제출이 ‘필수’라고 돼 있는데 저리도 당당하고 똑 부러지게 그런 서류 따윈 없어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재차 확인하니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 주겠다며 전화를 돌리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상담원에게 처음부터 상황설명을 했지만 이번에는 상담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처음 남자 직원에게 다시 연결됐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억누르고 담당자의 이름과 소속을 물었더니 되돌아 온 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 남자 직원은 말끝을 흐리다가 “전 사회복무요원인데요”라는 답과 함께 또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신호음이 들렸다.

결국 연결된 곳은 중기부 ‘성장지원과’였고, 상담직원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한심한 일처리에 대해 항의를 했더니 민원이 밀려서 그렇다며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서류제출기관에게 다시 문의한 결과, 가산점 인정이 되기 위해서는 중기부에서 발급한 중소기업확인서 제출이 필수라는 답변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사례가 과연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의 지극히 작은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어쩌다 재수가 없어 겪을 만한 특별한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일까? 공무원 조직에 만연한 업무태만과 무지함에서 비롯한 잘못된 일처리로 민원인이 피해를 입는 일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의 녹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란 자들이 기본적인 지식과 공적인 책임의식 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는데, 좋은 정책이 실현되고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으로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 된지 2년이 넘었는데도 기본적인 인적조직의 업무능력과 공적 책임의식은 갖춰지지 않았다.

중기부가 어떤 곳인가?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 같은 정부부처 아닌가. 자발적 상생협력 문화와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취임일성은 공염불로 그쳐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발전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국민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 지원해야 할 정부부처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식 행정과 잘못된 법해석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법률 정도는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민원상담이 가능한 업무를 사회복무요원에게 맡긴다는 중기부의 발상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함량 미달인 사회복무요원을 상담원으로 투입해 엉뚱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허술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이 먼저다.

hyun1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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