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박능후
[사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박능후
  • 신아일보
  • 승인 2019.12.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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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주말부터 오늘까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과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은 아동 성폭력 피해를 본 만 5세 딸아이의 부모가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 내용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어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 간 성폭력 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자신의 딸아이가 어린이집과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갑내기 남자아이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면서 가해 아동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그 부모를 통해 적극적인 피해복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3일 오후 2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꾸준히 등장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은 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능후 장관에게 ‘성남 어린이집’ 사건과 관련한 대책을 묻자 박 장관은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 성폭력 그런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발달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 비난이 쇄도했다. 피해 아동과 그 부모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 의도는 아니겠지만 가해아동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비쳐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론이 좋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늦게 “장관 발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장관의 견해가 아닌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이며, 사실관계 확인 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며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과 부모,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발언으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복지부의 사과에도 장관의 언행에 대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해 사퇴요구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관은 말의 무게를 고민했어야 한다. 장관의 말 한 마디가 피해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장관은 지금이라도 피해아동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더 이상의 아픔이 없도록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