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방송소비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정함이다
[기고 칼럼] 방송소비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정함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1.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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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간의 방송사업자들은 소비자를 위한 활동이 부족했다.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정부도, 사업자도 부족했다.

현재의 방송산업은 IPTV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1, 2위 유선방송 사업자인 CJ헬로와 티브로드를 인수 및 합병을 시도하고,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과 함께 큰 변혁기를 맞이하게 됐다.

먼저 유료방송산업이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 통신산업과 마찬가지로 3사 중심으로 시장의 가격, 콘텐츠의 유통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방송의 다양성이 다소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형태의 가격 및 서비스를 통한 선택권을 요구한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재편되는 사업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간의 공정성 문제가 대두된다. 대표적인 문제로 CPS를 들 수 있는데, CPS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상파에 주는 프로그램 사용료 개념(저작권료에 가깝다)이다. 이는 다른 산업에 이야기 하면 도매대가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CPS라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발생했다.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가 없이 지상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금액을 요구하고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관철시키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CPS를 상승시키고 있는데, 가입자 당 170원에서 현재는 400원으로 인상되었고, 2020년에는 500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상승률인데, 생필품 물가 인생대비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도매대가가 상승해 소매가도 오르게 된다.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다른 측면에서 CPS상승에 대해서 논의해보면,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상파 콘텐츠의 시장 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는 광고를 얼마나 방송사가 수주하느냐로 알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지상파는 광고 수주액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프로그램의 사용료 개념인 CPS를 지상파는 매년 올리고 있고,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정해주는 수준에서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다. 지상파에서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수급하는 시장과 이를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콘텐츠 거래 시장에서 CPS를 올리면, 다른 방송사(케이블 방송사 등)에게 주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상파와 별도로 종편도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려달라고 플랫폼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소비자에게 사용료를 전가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힘이 약한 PP사업자에게 프로그램사용료를 낮추는 압박을 하고,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있다.

이유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 간 경쟁이 활성화돼 있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도 사업자도 쉽게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사용료를 올릴 생각을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간 동의 할 수 있는 수준의 CPS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CPS를 산정함에 있어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지상파의 품질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으나, 자신들의 협상력을 이용해 CPS를 높이려고만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에 투입되는 요소들이 다 다른데, 도매가격이 모두 같다는 것은 담합을 의심할 여지도 존재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러한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을 실제 아무런 비용이 없는 서비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준 사용료는 지상파를 제외한 PP채널 사용료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금은 실제적으로 지상파 콘텐츠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과거 공짜로 본다고 생각하던 지상파 콘텐츠는 결국 유료화 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CPS협상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개입해야한다. 또,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키고 양질의 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해야 한다. 결국 공평한 거래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소비자의 효익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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