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촉구한다
[신아세평]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촉구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0.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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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여유자금의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던 은행의 예·적금의 이자율이 너무 낮아 사람들은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Equiety Linkde Securites, 주가 연계 증권), 펀드 등 파생상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 고수익에 대한 열망은 금리, 통화, 금, 은, 원유, 곡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주식의 형태로 투자하는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와 펀드의 형태로 투자하는 DLF(Derivative Linked Fund)로 파생상품의 범위를 확대했고 종류 역시 다양화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3월부터 5월 사이 일부 국내은행들은 집중적으로 증권사로부터 해외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인 파생결합펀드(DLF)를 일반인 고객에게 판매했고, 2019년 8월 주요 국가의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에 투자된 투자 원금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이 만기인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DLF 상품은 손실률이 98.1%에 달해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번 DLF 사태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은행 등 금융사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익대비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을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하게 판매한 것이 중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발생해 현재까지 분쟁 중인 KIKO 사태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참혹한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9년째 표류 중인 금융소비자법이 제정되어 금리연계형 DLF 판매 시 6대 판매행위 원칙(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이 적용되었다면 이러한 사태가 방지됐거나 최소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법은 KIKO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18대 국회에서부터 제안돼 19대를 거쳐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논의 중이다. 법안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불완전판매를 금지하고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을 피해자인 금융소비자 대신 금융회사가 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 전환'과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을 경우 '계약 해지·변경권' 부여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법이 제정되어 시행된다면 금융사고 방지 및 금융상품 손실에 따른 소비자들의 사후구제도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 신뢰회복과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금융소비자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문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여부 및 법 제정으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산업 위축 우려로 18대 국회에서부터 계속해 국회의 문턱을 계속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융소비자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안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기업을 도산시킬 수도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신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쟁점에 대한 합의가능성이 있어 20대 국회 통과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이 출구를 못 찾는 상황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금융소비자보호법 논의가 실제 입법까지 이어질지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 역시 존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융시장의 본질이 신뢰임을 알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 역동성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소비자법라는 좋은 재료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금융소비자법이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 하더라도 적시에 제정되어 실행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KIKO사태나 DLF사태를 예방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금융시장이 신뢰라는 기본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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