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은 국민의 몫이다
[사설] 개혁은 국민의 몫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0.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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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품고 있는 미래 지향성은 현실정치를 넘어서는데 있어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우리민족은 역사적으로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이 다름에도 개혁이라는 열망을 놓은 적이 없다. 그래왔듯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개혁의 의지는 권력을 거머쥔 기득권  층의 몫이 아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민초의 DNA에 심어진 열망이자 생존을 넘어선 고결한 미래 시대에 대한 희망이 바로 우리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

“만신창이가 돼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며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불쏘시개’로 자신의 소임은 여기까지고 자신을 발판삼아 사법개혁이 완수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현실정치의 뒤편으로 물러갔다. 그의 말처럼 결국 앞으로 남은 개혁의 완수는 국민의 힘으로 이뤄야 하며, 이는 단지 사법개혁에 그치지 않고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거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함께 실천해야 한다.

연산군 7년인 1501년 지금의 경북 안동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이, 경남 합천에서는 남명 조식 선생이 한 해에 태어났다. 이들은 사회 개혁을 주창하며 사림 영남학파를 형성했고 제자들에 의해 동인 정파로 이어졌다. 사대부의 길을 걸은 퇴계 이황 선생과 달리 남명 조식 선생은 재야에 남아 사회의 옳고 그름을 설파하며 옳다고 믿는 신념에는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문정황후를 뒷방과부라 하고 문종을 고아라고 칭하면서까지 문정황우와 외척 윤원형의 국정농단을 비판했다. 그는 “문종이 잘못된 국사로 나라의 기틀을 무너뜨려 백성의 마음이 임금을 떠났다”면서 “헛되게 이름을 팔아 벼슬을 도적질해 녹만 먹는 신하가 될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상소를 올리고 평생 관직을 멀리했다. 남명 조식 선생은 제자들에게 항상 옳은 일을 실천하지 않음을 질타하며 ‘지행합일’을 강조했다. 훗날 많은 그의 제자들은 임진왜란 때 의병의 선봉에 서게 된다.

그럼에도 당시 사림들이 외친 개혁의 목소리는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던 사대부 훈구세력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조선왕조의 몰락과 근현대사의 암흑기, 현재의 정치 불신에는 역사의 인과가 연결돼 있는 셈이다. 과연 지금 누가 나서서 권력을 질타하고 개혁을 이끌어 나갈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국 사태의 핵심인 사법개혁, 특히 검찰개혁으로 압축되는 개혁의 주체인 검찰이 어떤 모습을 하고 국민 곁으로 돌아올지는 검찰 스스로 먼저 고민해야함이 마땅하다. 또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둘러싼 신속처리 법안들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답보상태인 이유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권력을 위한 것인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따져보고 심판해야 한다.

현실정치를 뛰어넘는 개혁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