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영화 속의 법률] ‘퍼펙트맨’의 상계
[이조로 변호사의 영화 속의 법률] ‘퍼펙트맨’의 상계
  • 신아일보
  • 승인 2019.10.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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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누구나 퍼펙트 한 삶을 꿈꾼다. 퍼펙트 한 인생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 등에 따라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에 더 치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만족감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는 시한부 선고를 받아 죽음을 앞둔 로펌 대표 변호사와 사고뭉치 건달의 만남을 통해서 퍼펙트 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변호사가 건달을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요양원에서 만나게 되는 점이 특이하다. 

작품 속에서, 조직의 두목 범도(허준호 분)는 자신의 돈을 횡령한 영기(조진웅 분)과 대국(진선규 분)을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범도는 영기와 대국에게 구타한 것과 20년을 같이한 퇴직금을 ‘퉁 치자’고 한다. 과연 이러한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할까?

일상에서 사용하는 ‘퉁 친다’, ‘깐다’라는 등의 말은 법률적으로 말하면 ‘상계’이다. 상계란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에 대하여 동종의 채권과 채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당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말한다. 

상계는 상계권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는 상계계약과는 구별된다. 상계는 일정한 요건이 있고, 상계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 때에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상계계약은 가능하다. 

상계하는 측의 채권을 자동채권이라고 하고, 상계 당하는 측의 채권을 수동채권이라고 한다. 즉, 채권자가 상계하면 채권자의 채권이 자동채권, 채무자의 채권이 수동채권이 되고, 채무자가 상계하면 채무자의 채권이 자동채권, 채권자의 채권이 수동채권이 된다. 

고의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가해자는 상계할 수 없다. 쌍방의 채권이 모두 고의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인 경우에도 서로 상계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고의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는 가능하다.  

영기와 대국이 범도에게 갖는 손해배상 채권은 범도의 구타에 의한 것이므로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이다. 범도가 영기와 대국에게 갖는 손해배상 채권 역시 영기와 대국이 횡령한 것에 대한 것이므로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이다. 

그러므로 범도는 영기와 대국에게 상계를 할 수 없고, 영기와 대국도 범도에게 상계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범도, 영기과 대국이 서로 합의하면 상계계약은 가능하다. 

범도가 영기와 대국의 사용자로 본다면, 20년의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영기와 대국은 범도에게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범도가 영기와 대국에게 갖는 채권이 불법행위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지만 영기와 대국의 퇴직금을 수동채권으로 상계는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과 퇴직금 전액을 직접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에서도 상계는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상대방을 10대 때리고, 상대방이 가해자를 3대 때린 경우, 상계하여 가해자의 7대 폭행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상대방 모두 각자 자신이 폭행한 부분에 대해서 처벌 받는다. 

영화는 코미디 물이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퍼펙트 한 삶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인생에서 객관적인 평가나 평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인 만족이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객관보다는 주관이 아닌가 싶다. 

/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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