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정부질문에 돌입했다. 첫날 일정은 정치분야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을 상대로 공방을 벌였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조국청문회 2라운드’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데뷔 무대’였던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맹공을 펼쳤으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여당은 화력을 다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이 인사말을 하러 단상에 오르자 일제히 야유를 보내며 “들어가”, “범법자”, “이중인격자” 등의 고성을 질렀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조국 사퇴’라고 쓰인 손팻말을 부착했고, 일부는 의자를 뒤로 돌려 조 장관을 보지 않았다. 또한 한국당 첫 질문자로 나선 권성동 의원은 질문을 시작할 때부터 ‘장관’이라는 호칭을 빼고 “법무부를 대표해 나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찍이 예상됐던 일이지만 고성과 야유가 난무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조국 정국’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국회는 ‘조국 정국’ 이후 완전히 멈췄다.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처리되는 것은 전혀 없는 상태다. 조 장관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미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무산된 바 있다.
지겹지도 않은가.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모욕적인 수식어가 붙은 이번 국회는 끝까지 수식어에 걸맞게 행동할 것인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은 제대로 파헤쳐야 하지만 제 역할을 다하면서 부수적으로 조국 투쟁을 이어갈 수는 없냐는 것이다.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민생 돌보기에는 관심 없는 국회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천불이 날 지경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기업들의 앓는 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농가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위기감에 잠 못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헌데 국회는 천하태평이다. 조 장관의 임명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민심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조 장관의 의혹 증명을 위해 국회가 멈추고, 나라가 멈추는 꼴을 원하는 이는 없다. 밤낮없이 각자의 주장만 읊조리며 듣는 귀는 닫고 온전히 뱉는 말에 집중하는 여야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하지만 지금의 작태는 오로지 주도권을 위한 수싸움에 불과하다.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생을 돌보는 국회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조 장관과 관련된 투쟁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민생 챙기는 것이 주업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 대정부질문이 부디 오늘 같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