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후보에 대한 보도가 지난 한 달 동안 산사태처럼 우리 사회를 몰아쳤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청문회에서 세월호 관련 보도가 한 달간 24만 건, 최순실 관련 보도가 12만 건에 불과했던 반면, 조 후보 관련 보도는 118만 건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3주 동안 70만 건의 뉴스가 있었다는 다른 주장도 있었다. 어떠한 추출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동안 경험한 보도량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심정적으로 동의가 가능한 수치이다.
그간 우리는 언론산업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목도해 왔다. 언론산업은 인터넷,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신문사는 오히려 매년 약 1000개씩 증가하고 있고, 2019년 1월에는 8800개에 이르렀다. 2019년도 9개월이 지났으니, 또 1000개가 늘어가고 있을 것이다. 언론의 산업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증가한 약 9000개의 언론사들이 지난 한 달 동안 1명의 장관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사실(?)을 전달하려 120만건의 뉴스를 생산해 낸 것이다.
이런 언론의 노력이 우리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종합적으로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분열과 극한 대립, 분노를 강화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분열을 넘어 광기의 사회로 몰아갔을 뿐이다.
또한, 조국 후보 관련 보도에서 다시 한 번 언론의 민낯이 이전보다 더 확연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취재 대상의 인권, 언론의 취재보도준칙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고, 선정적 보도와 ‘허무한’ 단독보도들만이 남발됐다. 사실 확인을 생명과 같이 여겨야 하는 언론이 국소적으로 사실처럼 보이는 것들을 침소봉대하고, 추측과 확대 해석까지 줄곧 담아냈다. 현장에서, 전문가들을 통해서 조금만 더 확인하면 밝혀질 수 있는 사안들을 급하게 담아내 오보로까지 이어졌다. 오보는 정정되지 않았고, 가짜뉴스로 재가공돼 불신을 가진 사람들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데 공헌(?)했다.
이러한 언론보도의 악습이 특히 정치적 이슈와 관련돼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이 언론 행위가 아니라 정치 행위에 직접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언론들이 정치 행위의 도구로 뉴스라는 사회적 공기(公器)를 동원하고 있고, 많은 언론이 이러한 주류언론의 보도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혹 제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오류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는 사실 확인 또는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의심과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사안의 급박성, 치열한 보도경쟁 상황에서는 의혹 제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핑계 뒤로 숨어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의혹 제기 뉴스들 속에서 사실 확인은 오롯이 뉴스이용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떠한 언론이 필요한지에 대해 차분히 검증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번 조국 후보 관련 보도를 통해 언론이 우리 사회를 분열 사회를 넘어서 광기의 사회로 몰아넣을 수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뉴스리터러시(news literacy)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구성원들에게는 새로운 뉴스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폰과 인터넷포털에서 뉴스 이용을 중단하는 뉴스리터러시를 말한다. 현재의 뉴스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보다는 분노를, 사회 통합보다는 분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종이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한 뉴스 이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인터넷포털을 통해 대부분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이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가 궁극적으로 언론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포털에서 뉴스에 대한 ‘사랑’을 한동안 접어두고, 분노 없는 평온한 일상을 즐길 시점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