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일본은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제보복까지 실행했다.
이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한 아베 수상의 집착, 이를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는 ‘본심’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 탓에 따른 일본 집권세력의 잘못된 전략적 판단, 왜곡된 역사 인식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우익세력들, 정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과 정부의 대응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국에서 아예 지워버리려는 듯 파죽지세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 우익집단의 바램과 기대와는 다르게 시간의 경과에 함께 더 강해지고 있다. 과거 정부의 대응이 일본에 항상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과 자존감 상실로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현 정부의 대응은 매우 논리적이고 공세적이고 단계적이다.
헌데 지난 17일자 KBS의 “[취재후] 눈을 의심했다. 명동 한복판 건물 현 소유주는 ‘조선총독부’”기사는 필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광복 74주년이 된 지금 서울 중구에만도 ‘조선총독부 체신국’, 일본 육군 79연대장 ‘아야시다 카네키’ 소장 등과 같이 일제 강점기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의 이름으로 소유된 건물이 1100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2005년 ‘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친일파 후손들의 소유재산을 환수하려는 적극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부분의 소송에서 친일파 후손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광복 74주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의 소유권으로 돼 있는 적산(敵産)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왔고, 전국적으로 얼마나 남아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광복 후 친일파들이 득세하면서 제대로 처단되지 않았고, 부유한 국가로 압축성장하기 위해 과거 청산을 등한시한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한국사회가 얼마나 기본과 기초에 충실하지 않고, 성과와 응용에만 방점을 두어왔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기본과 기초에 충실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발현돼 왔다. 경제 분야에서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기조가 수십 년간 지속돼져 왔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성장했지만, 따뜻한 공동체는 사라지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대립사회로 귀결됐다. 주택·건설 분야에서는 전통 가옥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획일화된 고층 아파트들이 도시를 점령해왔다. 이제는 고층아파트들이 전국의 구석구석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의 편리함과 재산가치 증식에 우리의 공동체의식과 정신문화를 내어주는 형국이다.
교육분야에서는 문학, 사회과학, 철학, 기초 과학은 교육적으로 등한시되고 산업적으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응용교육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는 기초 산업분야의 취약성으로 이어져 왔다. 문화예술분야에서는 고유의 정신문화와 복식문화는 일생 생활과는 괴리된 상태에서 박물관, 연례행사, 결혼식, 궁궐·전통가옥에서만 ‘목격’되고 체험되는 ‘전시물’ 또는 ‘박제품’으로 전락돼졌다.
국제사회의 기본과 질서를 위반하면서 도발한 일본의 ‘경제전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우리사회는 이를 국가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그 방향은 기본과 기초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들도 정부에게만 이 일을 맡기지 말고 스스로 기본과 기초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