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2015년 최대 8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이란 성과로 단숨에 한국의 대표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제약사(史)의 한 획을 그은 한미약품’ 등의 찬사가 잇따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관심에 속칭 ‘연예인병’에라도 걸린 것인지 한미약품의 태도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특히 계약해지에 따른 판권반환이나 허가신청 자진취하 등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마다 늑장공시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 시발점은 2016년 9월 ‘올무티닙(한국 제품명: 올리타, 개발 중단)’의 기술수출 계약파기다.
당시 한미약품은 이러한 사실을 일부러 늦게 공시해 공매도를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사태는 그 해 10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안건으로도 상정될 만큼 파장이 컸다. 물론 결과적으로 고의적인 늑장공시를 인정할 만한 특이점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던 것과 달리 이후에도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행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한번이야 실수라고 할 수 있어도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면 고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올해만 벌써 3번의 지적이 제기됐다.
설 연휴 직전인 1월23일, 한미약품은 릴리와의 BTK 억제제 계약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때문에 설 연휴를 이용한 주가하락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3월15일에는 장이 모두 마감된 오후 6시경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 자진취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7월3일에도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파트너사인 얀센으로부터 비만·당뇨치료제의 권리를 모두 반환받았다고 공시했다.
잊을 때쯤 되풀이되는 한미약품의 ‘올빼미 공시’ 혹은 ‘얌체 공시’를 보니 불현 듯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과연 한미약품은 이 같은 버릇을 고칠 수는 있을까? ‘늑장공시 상습범’을 자처한 한미약품이 향후에 벌어질 여러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할지 앞으로도 예의주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