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 산하 단체장 선정‘파열음’…‘프로크루스테스 침대’
[기자수첩] 충남도 산하 단체장 선정‘파열음’…‘프로크루스테스 침대’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9.06.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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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당 중에 프로크루스테스가 있다. 그는 자기 집에 들어온 손님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자르고, 작으면 사지를 잡아 늘여서 고통을 줬다.

요즘, 일상에서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관용구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을 쓴다.

최근 충남도 산하 홍성의료원장 후보자선정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천안의료원장 공개모집에 응모해 최고 점수로 도지사에게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양 지사가 ‘적격자가 없다’고 탈락시켰는데 이번에는 버젓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홍성의료원장 후보로 선정된 P씨는 “병원장 시절 직원들이 시간외수당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감사에 적발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법인카드를 ‘깡’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하다 적발됐다” 등 소문이 무성하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 안팎에서는 ‘불과 9개월 전 부적격자가 아무런 치유의 흔적 없이 적격자가 됐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양 지사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산하기관장 선정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양 지사는 민선 7기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캠프에서 같이 한 사람이라 해도 도덕적으로 커다란 하자가 있고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살아 돌아와 부탁하신다고 해도 (산하기관장으로)임명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양 지사는 이문제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리더십 챌린지’ 공동저자 배리 Z. 포스너는 “신뢰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자신을 행동하도록 만드는 가치, 신념, 생각을 타당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지사가 곱씹어 볼 말이 아닌가 한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