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법 제5조에 따르면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고, 계약 내용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 지방계약법 제6조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조 등에서도 신의와 성실한 계약 이행을 명문화하고 있다.
민간 계약도 마찬가지다. 민법에서는 사적 계약에서도 신의성실의 계약원칙이 준용돼야 함을 명시한다.
공정한 경제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정부부처에서는 불공정 행위 및 불합리한 계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공공 발주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불공정 행위 개선과제를 발굴해 적극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건설문화 혁신센터’를 운영해 매년 30여개 이상의 과제를 발굴·개선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공공사에서 불공정 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서는 75.2%의 현장 경력자들이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 감사원 보고서에서는 64.6%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불공정 행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계약 당사자 간 불신에서 출발한다. 이런 불신으로 인해 공공공사와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게 되고, 불신의 건설계약 행위를 유발한다. 또한 공공발주자로부터 도급을 받은 사업자의 경영 악화는 하도급자 그리고 자재 및 장비, 건설근로자에게까지 단계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결국, 불공정 행위가 또 다른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다른 측면에서 건설산업 생산물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국민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불공정 행위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공공공사에 있어 불공정 행위의 개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왜 발생하는가? 건설산업 내 수직적인 생산체계로 인한 갑을관계의 만연, 시공사와 발주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그리고 사업참여자 간 불신의 계약문화 만연 등 산업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각종 조사 및 연구들의 결과는 한결같이 제도적 요인을 지적한다.
특히, 국가 재정사업 추진에 있어 예산 절감 중심 정책 기조에서 나온 공공공사의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제도는 낮은 공사비 책정을 관행화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공공발주자의 재량권 남용을 유발하는 모호한 계약 관련 법과 제도는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공공공사에 있어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법과 제도적 장치의 낮은 실효성은 이를 부추기게 된다.
건설산업 불공정 행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적정공사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비과학적이고 예산 삭감 중심의 사업비 관리 프로세스 운용 그리고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 체계 등과 더불어 공공기관의 경쟁적인 예산 절감 기조도 개선돼야 한다.
각종 계약 및 건설 관련 법률에 도입된 불공정 행위 근절 제도나 시스템의 실효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원사업자와 하도급자 간 관계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은 물론, 하도급법 그리고 민법 등 10개에 이르는 법률에서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와 규제들을 도입하고 있어 불공정 행위가 지속적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공공공사의 특성상 생산구조의 상위에서의 불공정 행위가 하위 단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공공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