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보단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게 운명이고 인연인거다” 지난해 개봉했던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심쿵 첫사랑 로멘스 영화 ‘너의 결혼식’중의 명대사다.
개인의 인생사에서도 그렇지만 역사에서도 절묘한 ‘타이밍’은 때론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소식은 ‘타이밍’면에서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시 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오는 20일부터 이틀 간 북한을 국빈방문 한다. 지난해부터 4차례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차원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의 전격적인 방북 결정은 그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핵협상의 초침을 다시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앞으로의 북핵협상에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 중에도 계속해서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해 왔고,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 포럼에서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시 주석의 방북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G20미중 정상회담 등을 고려한다면 문 대통령의 6월 남북정상회담 공개 제안이 성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북을 중국 매체가 보도하자 1시간여 만에 바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를 기대하고, 시 주석의 방북을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해 왔다”고 대변인 브리핑을 내 놓았다. 또 최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며 북미 또는 남북 정상회담의 기류를 흘려보내기도 하며 분위기 조성을 해 왔다. 시 주석의 방북은 이런 상황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정부는 주석 방북 발표 직후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된 비핵화(FFVE)의 달성”이라며 중국을 단속하고 나섰다. 중국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견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방문해 온 점을 볼 때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핵협상 교착상황의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계속해서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에 ‘한국 패싱’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홍은 곪다 못해 터진 형국이다.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중차대한 시점에 고작 총선에나 몰두하며 국론 분열 중인 정계를 보고 있노라면 구한말,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초기 놓친 ‘타이밍’이 별것이겠는가 싶다.
지금이라도 그 중요한 ‘타이밍’, 놓치지 말고 정신 차리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