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19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가 6월초에 발간됐다. 38개국 7만5000명의 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인들의 뉴스신뢰도가 “지속적으로 가장 낮게 나왔다”고 제시하고 있다. 2017년 23%의 뉴스신뢰도로 36개국 중 36위, 2018년 25%로 37개국 중 37위, 2019년 22%로 38개국 38위로 계속 꼴찌를 기록해 온 것이다.
이는 조사대상국 전체의 평균인 42%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며, 1위~3위를 기록한 핀란드(59%), 포르투갈(58%), 덴마크(57%)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싱가포르(42%), 일본(39%)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국내 방송뉴스채널과 신문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JTBC가 10점 만점에 6.18점으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고, 대부분 방송뉴스채널이 5점을 넘겼다.
하지만 발행부수가 많고 영향력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신문사들의 신뢰도는 5점을 넘지 못했다. 중간점 5점을 ‘간신히’ 넘긴 것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뿐이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4월 18일 180개국을 비교한 ‘2019년 언론자유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이 언론자유순위에서 41위를 기록했다. 미국 48위, 일본 67위 보다 상당히 높고, 아시아국가 중 최고 순위이었다.
2006년(노무현정부) 31위가 가장 높았으며, 2012년(이명박정부) 42위로 하락해, 2016년(박근혜정부)에는 70위까지로 곤두박질쳤다.
전년도 2018년(문재인정부)에는 43위로 다시 급상승했다. 2019년에는 41위로 2계단 상승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국내 언론이 탄핵까지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싸움과정에서 언론정신을 보여주었고, 문재인정부가 공영방송(MBC, KBS) 사장 선임과정에서 과거 10년 동안 있어왔던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에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국제비교를 결합해서보면, 국내 언론의 자유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언론의 신뢰도는 최저 점수를 보이며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경향성과 사뭇 다르다.
언론신뢰도에서 1위를 기록한 핀란드는 언론자유지수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언론신뢰도 2위를 기록한 포르투갈은 언론자유지수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언론신뢰도 3위를 기록한 덴마크는 언론자유지수에서 5위를 기록했다. 언론신뢰도와 언론자유지수가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사뭇 다른 경향성이 국내 언론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지적에서 발견될 수 있다. 언론학자들은 국내 유력 언론들이 사실들의 조각들을 교묘히 편집 또는 가공해 가짜정보에 가까운 정치·경제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은 심지어 보도하지 않는 무보도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까지 비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언론들이 생산해 내는 뉴스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불량식품’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회의 불량식품을 찾아내 고발해야 하는 주체가 생산에 뛰어든 격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그 국가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언론이 그 국가내 정부, 기업, 단체 등의 비리, 부조리, 병폐들을 찾아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임에도,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다음의 ‘제4부’로 인정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자신들의 뉴스가 사회구성원들에게 기쁨보다는 매일 매일 분노케 하고 있고, 우리 사회를 더 위험한 사회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해야한다.
우리 시민들도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키워 우리를 교묘히 분노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는 뉴스를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의 자발적 활동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함께 올라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