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부터 깊은 새벽녘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됐던 밤이 지나갔다. 불 꺼진 집이 더 많아야 할 시간이지만 거실 전체에 환한 불을 켜둔 세대가 더 많았던 밤, 불은 꺼져 있지만 TV 화면의 빛이 새어나오던 밤이었다. 바로 U-20 남자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대한민국과 우르라이나의 결승전은 무려 4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우리 대표팀은 이강인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갔다. 이때 고요한 동네에 울려 퍼진 함성소리는 모두의 염원이었고 기쁨이었다. 그 순간의 함성을 소음으로 듣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함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블라디슬라프 수프리아하에게 동점골과 결승골을, 후반 44분 헤오르히 치타이쉬빌리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하면서 또 한 번의 함성은 아쉽게도 3번의 탄식과 맞바꾸게 됐다.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우리 대표팀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에 이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는 역사를 쓰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우리 선수들은 우승을 놓친 허탈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응원해준 한국 응원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보는 사람보다 뛰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간절했기에 그 순간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허탈한 모양이다.
사상 첫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쾌거를 거뒀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봤고, 끈끈한 동료애를 봤으며, 감독과 선수들간의 믿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슛돌이 꼬마였던 이강인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대들보임을 확신하게 됐다. 이강인은 이번 경기를 통해 ‘막내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막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형들 사이에서 우리 대표팀을 리드했다. 공수에 관계없이 중요한 순간에는 늘 이강인이 있었고,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강인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 2골 4도움에 빛나는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는 골든볼을 차지했다. 이강인은 대회 내내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특유의 담담함과 여유로운 모습으로 정정용호의 ‘즐기는 축구’에 앞장서며 한국의 차세대 간판으로 우뚝 섰다.
우리 대표팀은 17일 금의환향한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대표팀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팬들과 직접 만나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표팀은 박수받기에 마땅한 결과를 냈다. 또한 한국축구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확신을 줬고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들의 도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 새 역사를 쓴 대표팀에게 찬사를 보내자.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