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은 시대적 감성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문화적 산물일 뿐 아니라 전통성 있는 자산이다. 실제로 Royal Bank of Canada의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가 중 17%가 미술 작품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존 소수의 전문 컬렉터뿐 아니라 투자력이 있는 일반 대중들까지 미술품투자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최근 열린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예술에 관심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또한 보수적인 미술 시장의 흐름도 많이 변하고 있다. 미술작품을 온라인으로 보고 거래한다고 할 때 많은 사람은 과연 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곤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구매자가 온라인을 통한 거래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온라인을 통한 작품 거래는 연평균 45%씩 증가했고, 2017년에는 4조6000억원 정도가 거래됐다.
이렇게 미술 작품에 대한 자산성과 대중적 관심도는 높아가고 있지만 전체 미술품 거래시장은 정체돼 있다. 현재 글로벌 미술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65조원으로 지난 10년동안 100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전체 시장의 성장이 멈춰있기에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고 관련 산업과 대중에게 미술이 확산하는 것이 느리다.
필자는 이것의 원인이 컬렉터 중심 거래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술품 거래 시장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컬렉션이라는 욕구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구매하고 그것을 소유하며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현재 미술 시장의 규모를 65조원까지 키워왔다. 그러나 거기에서 머물러 있기에 현재 미술 시장이 정체돼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미술시장에서 구매자들은 작품의 금액이 1000만원을 넘어가면 작품이 좋아서 구매하더라도 투자성을 고려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중고가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한정돼 있다. 또한, 구매한 고가 예술작품은 다시 언제 팔리는지 모르기에 투자로서 회수(Exit)에 대한 불명확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필자는 기존 콜렉터 중심의 시장을 기반으로 미술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3차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미술시장은 작가가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1차 시장과 컬렉터가 다른 컬렉터에게 재판매하는 2차 시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여기에 컬렉션이 아닌 자산 투자의 관점으로 예술 작품을 다루는 3차 시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자를 위한 미술 시장을 위해서는 작품의 소유권과 실물이 분리돼야 한다. 즉, 작품의 실물은 신뢰할 수 있는 주체들이 신탁하고 그 소유권을 분할시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기업의 소유권을 주식으로 나눠 발행하고 기업의 성과에 따라서 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것도 유사하다.
사실 기존 미술 시장의 정체성인 소유욕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정반대다. 오히려 10억원 가치의 작품을 소유할 수 없었던 투자력 있는 대중이 그것을 분할 소유함으로써 얻는 만족감과 분할 소유권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지 빠르게 매각해 회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미술 시장에 투자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투자성 있는 작품 200여점을 소유권 분할해 거래 시장을 만들어 낼 때 연간 소유권 거래액이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존 65조원의 성장한계에 있던 미술 시장이 1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실물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까지 발전함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미술작품의 소유권 분할 거래 시장은 미술계의 새로운 혁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