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만여개의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6월12일부터 어린이집 평가제도가 기존의 자율 신청에 의한 평가인증제에서 평가의무제로 전환한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평가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인증 유효기간(3~4년) 만료를 앞둔 어린이집을 우선 평가대상으로 선정해 평가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평가인증 업무는 한국보육진흥원이 맞게 되며 평가인증 의무제 도입과 함께 수수료를 폐지해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평가결과에 따라 아동학대, 부정수급 등이 적발되면 평가등급을 최하위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평가인증이 의무화가 아니었기에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평가인증을 의무화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평가인증을 의무화 한다는데 일단은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평가인증 자체를 꺼려하는 부모가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평소 하던 대로의 모습을 보육진흥원에서 나와 관찰하는 게 아니라 서류 위주의 평가 탓에 교사들이 인증을 앞두고 2~3개월 동안 서류작업에 몰두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치될 아이들을 생각했을 때 누굴 위한 평가인증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근무시간에 서류를 준비하는 교사도 문제고, 방관하는 원장도 문제지만 아이들 하원 후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다 한들 다음날 보육에 문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인증 주간이라는 이유로 기질이 예민한 아이나 울음이 많은 아이, 낮잠을 안자는 아이, 극성스러운 아이들의 부모에게 대놓고 가정보육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누구를 위한 평가인증인가. 얌전한 아이들만 앉혀놓고 보육진흥원의 심사를 받았다 치자. 하루 반나절 잠깐 방문해 서류로 그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게 최선의 인증방법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의 접종기록, 검진기록, 응급조치 동의서 등의 서류가 준비돼 있어야 함은 맞지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시간별로 쪼개서 작성하는 일지가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 건지 되묻고 싶다. 인터넷에 ‘평가인증 일지’라고 검색하면 많은 교사들이 통과된 본인 일지를 공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반의 그 아이를 보고 쓴 일지가 아니라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교사가 제공한 나이만 비슷한 아이의 일지를 그대로 베껴 써도 충실하게 쓴 느낌만 있으면 통과된다는 것이다.
글 서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평가인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해왔던 인증방식이 아닌 교사도, 아이도, 학부모도 상처받지 않고 힘들지 않아도 되는 평가인증이 도입되기 바란다. 서류 몇 권 확인해서 통과 시켜주는 평가인증은 안하는 만 못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