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가지만 순간은 추억이 된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했던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누군가에겐 행복한 추억의 날들이 만들어지겠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하고 힘든 날로 기억될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그런데 5월 가정의 달이 안겨주는 온도차는 제각각이다. 내 가정과 다른 가정 사이에도 그렇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그렇다.
5월은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연달아 있고, 무슨무슨 날 중에는 법정휴무일도 껴 있으니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만들기에도 좋다. 다만 이 호사를 비슷비슷하게 다 같이 누리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족의 의미를 서로서로 되새기며, 쉼이 있는 달이 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사회는 제도의 사각지대와 가부장적 사회통념에 따라 많은 이들이 불공평과 위화감 속에서 5월을 맞이하고 있다.
5월의 첫 날인 근로자의 날부터 그렇다. 최근 한 설문에 따르면 근로자 5명중 2명은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쉬지 않는 근로자는 대체휴무일이나 휴일근로임금 등의 보상이 따를 것이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쯤에 서있는 근로사각지대의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최대 22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근로자의 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화물운송 종사자 등이 해당된다. 공무원이 쉬는 공휴일이나 법정휴무일 어느 쪽에서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221만명과 그들의 가족에게 근로자의 날은 과연 어떤 느낌이겠는가.
한편 가정에서도 40~50대 부양의무자들에게 5월은 여지없이 잔인한 달이다. 부모님 모시랴 자녀들 챙기랴 몸은 더 힘들어지고, 주머니 가벼워질 것을 미리 준비 하지 못하면 지출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5월 필요한 추가 비용을 조사했더니 평균 54만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출액의 대부분은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지출비용이 차지했다. 특히 40~50대 부부에게 가정의 달은 지출과, 부모님, 자녀 생각에 정작 자신들 챙기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힘든 보릿고개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또 처가보다는 시댁을 우선시 하는 우리의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아마 남편보다는 아내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할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 구성원 간에 행복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가정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곱씹어볼 수 있는 행복한 5월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사회의 사각지대라는 예외를 줄여 전체의 균형을 바로잡아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함을 정·재계는 물론 노동자 스스로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