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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세평]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에 대한 단상(斷想)
[신아세평]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에 대한 단상(斷想)
  • 신아일보
  • 승인 2019.03.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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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중국의 춘추시대 말, 노(魯)나라 계손자는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여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었다. 이에 염증을 느낀 공자는 노나라를 떠나 제자들과 수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일행이 태산근처에 이르렀을 때 산 속 무덤가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이상히 공자는 제자에게 사연을 알아보게 했던 바, 그녀는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입니다.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고, 제 남편과 자식이 모두 물려 죽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무서운 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여기는 그래도 가혹한 세금에 시달릴 걱정이 없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것이니라”하고 제자들에게 말했다고 예기(禮記)편에 전해진다.

이는 가혹한 세금(정치)은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의 바탕이 된 일화로서, 조세정책의 중요성을 일러주고 있다.

지난 1월15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당 소속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금융투자업계 사장단과의 만남에서 1979년부터 부과된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이후 증권거래세 폐지를 당론화 하고 있으나 3월18일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3월21일 증권거래세율 0.05%포인트 인하를 발표하여 증권거래세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증권거래세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증권거래세는 과도한 투기적 억제라는 분명한 과세목적이 존재하고, 기술발전으로 HFT(High Frequency Trading:초단타 매매)등의 투기적 매매의 증가로 장기투자가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해 자본시장 활성에 역행할 우려가 있으며, 주식 양도세 확대와 관련해 증권거래세 폐지의 유예기간을 둬 4.5조에 달하는 세수(2017년 기준 내국세의 약 2% -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감소를 연착륙 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증권거래세 폐지 입장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거래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이중과세일 뿐 아니라, 증권거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그만큼 시장의 유동성이 높아져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벤처·혁신 기업들이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았는데도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고 무엇보다 정부가 주식양도세(22%)를 물리는 대주주 요건을 현재 15억원(종목당 투자금액)에서 2021년 3억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를 꾀하면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세는 폐지 쪽으로 정책을 설정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즉시 폐지는 초단타매매가 급증 등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결정했지만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행 운영해 연착륙시킨 일본의 사례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은 더불어 민주당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당론으로 천명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여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양축이 서로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정제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의견조율 없이 갈등을 외부에 드러내 여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보여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공자가 논어 안언편에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며 정치의 요체로 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한 이유를 정부와 여당은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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