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차 좌석까지 차별한 ‘비정규직’
통근차 좌석까지 차별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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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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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조선업체가 지난달 18일부터 통근버스 좌석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용으로 구분해 따로 좌석을 않도록 했다고 한다.

마치 미국의 인종 차별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버스좌석이 45석 가운데 앞쪽23석은 정규직 뒤쪽 22석은 비정규직에 배정했다.

비정규직 인원이 정규직의 3배에 이른다니 비정규직은 대부분이 서서가야 할 판이다.

서울에 강남 모 병원에서도 새해 들어서 정규직 비정규직이 사용하는 식권을 색깔로 구분하고 비정규직은 따로 줄을 서서 밥을 타도록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개탄스럽다.

통근 버스를 이용하는 정규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원래 차를 탈 때 선착순 방식으로 않도록 되어있는 것은 상식인데 좌석을 지정해 비정규직들은 뒤쪽으로 않도록 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발상이다.

앉아 있다가도 나이가 든 사람이 타면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텐데 강제로 ‘당신은 이쪽 당신은 저쪽’으로 갈라 앉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 공민권운동이 시작되던 1950년대 버스에 흑인 백인의 좌석을 분리한 정책에 항의해 40대 흑인 여성이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출근 할 때나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노동자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마치 신분이 다르기나 한 것처럼 차별을 두어서야 노동자간의 일체감이 형성 되겠는가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국내 비정규직은 858만 명에 이르러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이 임금 차원을 벗어나 인간적인 멸시에까지 다 다른 듯한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비정규직을 하위 신분화 하려는 시도는 그들만의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정규직을 지금 ‘우대’받는 것처럼 여길지 몰라도 결국 그 차별이 부메랑이 되어 개개인에게 돌아오는 일이 언제 라도 생길 수 있다.

이번 조선업체의 통근버스 좌석배정 차별은 비정규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판에 출퇴근 통근버스에서 조차 직장동료 간에 차별을 당해야 되겠는 가 해당 업체는 원래 방식대로 되돌려야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곧 정규직 문제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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