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349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이는 전년보다 5.4% 늘어난 것으로, 원화 기준으로 1인당 3450만원에 달한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6개 국 뿐이고, 우리나라가 7번째 국가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처음 넘어선 것은 지난 2006년으로 당시 1인당 소득는 2만794달러 였으니, 3만달러대 달성하는데 12년이 걸린 셈이다. 앞선 6개 국가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3만 달러를 달성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9.7년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들보다 다소 늦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달성은 6.25 전쟁 폐허로 유엔의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성장률은 20년 만에 최저인 3%에 그쳤다. 각종 대내외적 기관들이 예상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2%대 중반도 힘겨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앞날이 우울하다.
5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이는 그동안 국내외 주요 경제전문기관이 내놓은 예측 중 가장 낮은 수치로 2%대 초반은 거의 ‘성장률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평가에 수출과 투자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지만 앞으로의 상황도 악화일로 쪽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실상 세계 유일한 ‘합계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로 등극하며,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아킬레스 건이 됐다. 인구 감소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늘어나면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가 세대간 갈등까지 불러오는 등 사회적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경기 침체 지속으로 고용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고 여기에 가계 부채 증가와 높은 실업률 속에 국민소득이 늘어나도 삶의 질은 오히려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가는 등 점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가 말해주듯이 소득 3만달러의 온기가 국민 전체에 골고루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와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최근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협상 난항 등 작금에 상황들을 보면 어둠의 장막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형국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