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실시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수사의뢰하거나 징계·문책 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는 총 182건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공기관, 기타 공직유관단체 등 1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182건 중 부당청탁·부당지시 또는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에 대해선 수사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 과실이나 착오가 있었던 146건에 대해선 징계·문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의미 있는 것은 불법 정규직 전환, 친인척 특혜 채용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이미 만연됐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은 2014년 2월 ‘의료관련 자격증 소지자’의 응시자격이 없는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고, 공영홈쇼핑은 2015년 2월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해 6명을 신규 채용 시험도 거치지 않고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가 적발됐다. 서울교통공사 사례에서 이미 예견된 것처럼 혹시나 했던 의심이 역시나 하는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구직자들의 채용 기회를 앗아가는 반사회적 범죄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선 현장에서는 상당수가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해결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대표적인 생활적폐라고 지적하지만 오로지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노력했던 피해자들의 분노와 상실감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채용비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청년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채용비리와 같은 특혜와 반칙을 없애고 공정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번 정부 임기 내내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청년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일부 기득권 세역의 농간에 무참히 짓밟히는 경험을 한 청년들이 그 공허한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채용비리와 관련된 사람들과 기관을 철저히 단죄하고 새로운 기강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부정합격자 퇴출과 업무배제 약속을 철저히 지킴으로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 당연히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구제대책도 책임 있게 진행해야 한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