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레일에 묻는다…"한국철도는 일제의 선물인가?"
[기자수첩] 코레일에 묻는다…"한국철도는 일제의 선물인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1.1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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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가 지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철도 발전 유공자가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철도서비스는 일본의 조선 침탈이 가져다준 큰 선물이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는 최근 기자가 느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황당한 역사 인식이다.

코레일은 어린이용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곳에서 우리나라 철도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다. 대부분을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이들로 채웠으며, 여기에는 심지어 친일파의 이름도 올렸다. 독립 후 활약한 진짜 우리 철도 발전의 주역들은 깨끗이 배제했다.

이 홈페이지만 보면 우리나라 철도 발전은 온전히 일제강점기 친일파와 외국인 사업가의 손에서 이뤄진 듯 보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 공기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홈페이지의 주된 수요층이 우리나라 철도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코레일은 "일제와 친일파가 선물한 철도에 고마움을 느끼라"는 식으로 철도 꿈나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황당함을 넘어 무서운 일이다.

지난 15일 이와 관련한 본지 단독 기사가 나가고 나서야 코레일은 조용히 어린이용 홈페이지에서 인물소개 메뉴를 삭제했다. 기자가 여러차례 요구했던 공식 입장이나 해명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광복 74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일제의 잔재는 지독한 생명력으로 여전히 우리 삶 곳곳에 남아있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일 수 있고, 문화적이거나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또, 그것은 우리를 치욕스러웠던 과거에 옭아매는 것을 넘어 미래 후손의 정신과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마치 아무리 막으려 해도 잘 막아지지 않는 초미세먼지 같다.

코레일의 사례는 일제의 잔재가 어떤 식으로 남아 있고,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해 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비틀린 철길 위로 열차가 제대로 달릴 수 없듯, 왜곡된 역사 인식 위에서는 철도 산업이 정상적인 미래를 향해 갈 수 없다. 철도 공기업 코레일은 국가적 자부심으로 가꾸고 키워야 할 한국 철도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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