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에 굵직한 이정표 하나를 남기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26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사업 착공식’이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판문점·평양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북의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더불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 속에서 내년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갈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실제 공사는 추가 정밀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날 착공식은 남북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의 새로운 물꼬를 튼다는 뜻으로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착공식을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행사 자체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봤지만, 필요한 물자의 대북 반출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어 유엔(UN) 안보리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난 24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제제 면제를 공식 승인하면서 이번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게 대화를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남북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과도 연결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출발점이다. 구상이 현실화되면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의선 철도 현대화에 7조9000억원이 투자되지만 그에 따른 경제 효과는 30년간 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점에서 이날 착공식에는 중국, 러시아, 몽골 대표단 그리고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 사무총장 등도 참석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동아시아 도로와 철도 공동체를 염두해 둔 것이며, 한발 더 나아가 경제와 안보 공동체를 만들자는 큰 계획이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것은 이런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인적·물적 교류를 잇는 필수 기반 시설이요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다. 향후 통일의 대통로가 열리게 되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는 당연한 일이고, 남북 협력으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부상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남북 간 ‘혈맥잇기’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착공식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