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기회가 넘쳐나는 연말연시가 왔다. 송년회와 신년회라는 조금은 거추장스러운 말로 포장된 약속이 줄을 잇는 것이다.
시내 유명 밥집들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찬 것은 물론 줄을 서서 먹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연말 약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다. 오랜만에 봤으니까 한잔, 올해 고생 많았으니까 또 한잔, 좋은 일 생겼으니까 한잔, 힘들었으니까 한잔. 이래저래 술 마실 이유도 참 많다.
술을 마시는 것은 자유다. 기분 좋게 마시고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설령 취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의지로 마신 것이라면 문제될 바는 없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다.
매일 손님 없다고 힘들다던 택시가 어디로 꽁꽁 숨어버렸는지 택시는 잡히지 않고, 날은 추운데 대리기사도 연결이 안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많이 마시지 않았다는 자기합리화로 운전대를 잡지는 않을까. 거리가 멀지 않으니까, 내가 가는 길에는 음주단속을 할 만한 곳이 없으니까 등의 핑계거리를 찾으며 말이다.
법과 무관하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고, 가끔은 묵인해줄 수 있는 행동이 있다. 이를테면 껌종이를 바닥에 살짝 버렸다면 나쁜 행동이지만 묵인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경우가 다르다. 같은 위법이지만 상식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맥주 한 병밖에 안마셨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잣대는 본인이 만든 것으로 남들 눈에는 절대 괜찮지 않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본인의 목숨도 담보로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의 목숨도 담보로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다. 지난 8월 유명배우의 남편인 황민씨가 만취상태에서 과속하다가 사고를 내 동승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당시 황민의 혈중 알콜 농도는 0.104%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 사고는 많은 국민들에게 회자되며 분노를 일으켰다.
뒤 이어 9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에서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씨가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머리를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뒤늦게 사망했다.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더 이상의 윤창호씨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와 법원 등 여러 곳을 뛰어다니며 처벌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으며 오늘(1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받게 되며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기존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하지만 음주운전이 날로 가면서 심각해지자 법을 바꿔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 드디어 본격 시행되게 된 것이다.
연말연시는 많은 이들에게 기쁘고 즐거움이 되곤 한다. 즐거운 시즌을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잘 보내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이 점만 기억하면 즐거운 연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