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한지 12년 만이다. 하지만 3만 달러 시대가 임박했지만 기쁨의 웃음보다는 미래 불안에 대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표면적으론 3만 달러 시대에 돌입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른 온도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다시 떨어지면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로 지난 2012년 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대 후반 성장세마저도 고르지 않고 부문 간 격차가 크다. 체감경기가 평균치보다 더 싸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반도체나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내수는 경기가 차갑게 식어간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곤두박질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허덕인다.
더욱 암울한 것은 내년에도 마땅히 기대를 걸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는 구조적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이고 나라밖 사정도 한치 앞을 예견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오는 11일 즈음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홍 후보자는 앞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의 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등 몇 개 정책과 관련된 시장의 우려에는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홍 후보자를 포함한 새 경제팀에 대해 무늬만 다른 ‘김동연&장하성’의 연속이라 폄훼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전환 없이 속도조절만으로 악화된 고용과 분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소득분배 지표는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됐다.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명목소득은 지난해 3분기보다 7.0% 줄어 3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했다.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만8000명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홍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장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J노믹스’ 1기에서 실패한 정책을 보완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기 경제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성장 정책과 관련한 청사진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2기 경제팀은 일반적인 관리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소득주도성장의 새로운 버전이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떠안은 숙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