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해산된다. 정부는 21일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있던 상황으로 출범 2년4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이미 충당한 상태이고, 해산 후 남은 출연금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으로 2016년 7월 출범했다. 지금까지 생존한 피해자와 사망자, 유족 등에게 치유 지원금으로 총 40억여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재단이 졸속으로 설립됐다는 위안부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이사진이 대거 사퇴하면서 사실상 정지된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에서 개최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있는 화해치유재단이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산을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졸속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애시당초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피해자 할머니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이 명예와 인권까지 유린하는 등 “10억엔을 받고 나라의 자존심과 국민의 분노를 함께 팔았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가해 당사자의 사과가 없는 보상은 진정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화해’도 ‘치유’도 없었던 재단의 해산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할머니 240명 가운데 올해만 6명이 별세했고, 이제 생존자는 27명뿐이다. 이번 화해치유재단 해산 조처는 불행한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문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강제실종위원회(CED)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불충분하다”고 견해를 밝히고 이어 일본 정부에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권고했다. 식민지배와 관련 부당함과 차후 배상 문제의 불합리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재단 해산 결정과 관련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지난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화해치유재단’ 해산으로 한일관계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양국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질서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우방이자 협력적 관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사 문제로 인해 미래를 향한 행보에 발목을 잡혀선 안 될 일이다.
이번에 50여년간 불안하게 끌어온 일제시대 피해자 치유 등 역사 문제의 명확한 해결과 향후 한일 양국관계 개선·발전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