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강성일변도 행보에 결국 문재인 정부가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칫 강대당의 대치로 하루가 시급한 경제문제들이 발목을 잡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민노총은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파업 전날인 20일까지 시국농성을 돌입했다. 민노총은 시국농성을 시작으로 당·정·청에 탄력근로 기간확대 저지와 ILO핵심협약 비준, 노동법 전면 개정,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는 강력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여당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말이 안 통하는 상대’라며 비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5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노총이 공권력 대표기관을 점거하면서까지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라면서 ‘민주노총이라서 손을 못 댄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대한민국의 조직된 노동자 단체로서 자제해달라고 여러 가지 요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민주노총의 대립이 강해지자 보수야당에서는 ‘이간계’에 가까운 언론플레이를 주도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노총은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어찌하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이 돼 투자와 산업 구조조정, 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이 경제 발전의 과실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가장 큰 기득권 세력인데도 이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야당과 손잡고 노동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로서는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나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반대를 거듭하는 민주노총이 껄끄러운 상대일 것이다. 특히 대화와 타협보다는 과거의 투쟁방식에 얽매어 진일보 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의 행동양식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대로 민주노총은 ‘촛불혁명’으로 세운 문재인 정부에 일종의 지분의식이 작용한 듯하다. 우리가 어떻게 세운 정부인데 홀대하느냐는 서운함도 묻어난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은 그런 과거의 공과가 우호적 관계를 따질 단계가 아니다. 보다 많은 양보 속에 모두의 가치에 부합하는 정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기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분을 요구할 게 아니라 보다 많은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문재인 정부를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