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으면 무척이나 억울한 상황인 듯하다. 하지만 이 발언은 지난 1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홍문종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주최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한유총 관계자의 발언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는 한국당 김순례 의원의 발언이었다.
한국당과 한유총이 제대로 한 배를 타는 모양새다.
이날 토론회는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파장으로 한 달 넘게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한유총이 ‘유치원 비리 근절 3법’ 법안 심사를 앞두고 한국당과 함께 의논한다며 열리게 됐다.
500명 이상의 참석자가 몰려들면서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회의실은 금세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토론회는 색깔이 선명한 자리였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책을 강구하기 모였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무척이나 진한 색깔이 눈에 거슬릴 만큼 진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좌파’ ‘우파’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색깔론을 펼치지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한국당과 한유총은 서로의 처지를 공감이라도 한 듯 서로를 감싸주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모두가 잘못이라고 비난한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한유총은 특별히 억울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정말 자유롭게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외제차를 사고, 술을 마시고, 명품백이나 성인용품을 구매했으며, 자녀 대학등록금까지 납부했지만 앞으로 이 모든 것을 못하게 된다니 억울한걸까.
아니면 일부 몇 군데의 잘못을 한유총 집단의 문제로 몰고 가면서 굴레를 씌우려는 점이 억울한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앞으로 각종 규제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앞날이 억울한걸까. 어쨌든 뭔가가 매우 억울해 보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한유총 감싸기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5일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을 무턱대고 적폐로 모는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유치원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교육의 창의성과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이른바 ‘유치원 정상화 3법’이 사유재산권과 같은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적 공분을 산 유치원비리 사건과 관련해 무작정 편들어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3법 대신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자체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과연 어떤 법안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시간 때우기’ 중이 아니길 바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크게 분노한 만큼 국민들은 끝까지 지켜 볼 것이다. 민심과 동 떨어진 행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깨끗한 유치원’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