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흔히 입동(立冬)을 겨울의 문턱이라 여겨 입동이 지난 후에 김장을 담가야 김치에서 제 맛이 난다고 여겼다.
또한, 맛있는 김장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와 조리방법, 양념 등 기본요소 이외에 품앗이, 정성, 가족, 사랑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하는데, 지난 2013년 12월 유네스코에서는 사회적 나눔, 구성원 간 협력증진, 김장문화 전승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갖고 있는 ‘김장문화’를 우리나라 16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를 확정한 바 있다.
내가 근무하는 송내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지난 11월 초부터 3일간 900여포기의 배추를 김장해 관내 홀몸어르신과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했다. 작년에는 절인 배추와 만든 속을 사서 김장을 한 바 있었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 없어, 간소하고 쉽게 비용대비 효과가 있었던 김장행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송내동 부녀회장께서 “직접 건강하고 신선한 채소를 키워서 또, 정성스럽게 담아서 어려운 분들에게 최대한 많고 공평하게 드려야 제대로 된 봉사이고, 김장 담구기도 의미가 있다”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오히려 내가 주문해야 할 말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100년 만에 찾아왔던 폭염을 지나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까지 하는 계약을 해 깨끗한 먹거리를 확보했고, 3일간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각각 날짜에 적절한 인원 배치, 절이고 버무리는 장비들의 확보, 매일 100여명 이상의 봉사자에게 소홀하지 않은 음식 준비, 마지막 날 완성된 김장김치 350박스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의 통장에 의한 수송대책까지 심혈을 기울여 진행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단계별 작업에 많은 인력과 깨끗한 재료 확보, 좋은 먹거리 구입에 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등 다소 무리가 따랐다. 시간, 비용, 노동력대비 효과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송내동 부녀회 봉사자들의 정성이 듬뿍 담긴 사랑의 선물로 변한 김장김치를 보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계층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계획해 재료를 준비하고, 멋지게 지휘해준 부녀회장님과 여러 봉사단체를 섭외하고 이끌어 주신 지도자회장님, 본인의 시간을 내어 묵묵히 일해 준 통장님들, 당일 참석해 “비록 힘이 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봉사하는데서 화합과 발전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 시장님의 말씀처럼, 앞서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처럼, 올해 송내동 김장 담구기 행사는 구성원 간 협력증진, 주민화합, 사회적 나눔이라는 의미 있고 뜻깊은 성과를 얻은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사서하는 김장도 있고, 사서하는 고생도 있지만, 편한 꽃길 대신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을 택해 사랑의 김장 담구기에 헌신하신 부녀회의 앞날에 많은 발전과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이것이 송내동이 김장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