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괴리감 큰 일자리 눈높이
[사설] 괴리감 큰 일자리 눈높이
  • 신아일보
  • 승인 2018.11.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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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출한 470조5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가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이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라면서 ‘원안사수’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들은 ‘선심성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일자리 예산의 현미경 심사를 벼르고 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국회에서 고위당정청 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용여건의 개선이 뚜렷하지 않아 성과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9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규모는 23조5000억원으로 2014년 13조1000억원보다 79.4% 증가했다. 정부 총지출 대비 비중도 2014년 3.7%에서 내년에는 5%로 확대돼 증가 추세다. 장기간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자 정부가 일자리 확충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종사자 수 300인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금 근로자 253만4000명 중 비정규직은 3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0명 늘어났다. 임금 격차도 지난해 128만2000원 보다 10만원 늘어난 약 136만5000원으로 커졌다.

일자리 예산은 해마다 늘어났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고용의 양적인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지만, 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지난달 8일 경제부처 장관들은 경제장관회의에서 “고용의 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의 양적인 측면의 어려움은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인 10일 문 대통령은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처럼 고용의 질 개선 등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용직 근로자가 늘어난 반면, 임시·일용직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고용보험을 통한 사회안전망에 들어온 취업자가 늘었다는 점을 고용의 질 개선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의 노력에도 고용의 질 악화를 의미하는 지표도 잇따르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 눈높이와 정부의 시각 간에 괴리는 커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기업들이 경기 악화와 고용비용 상승 속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고용안전망 강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가능하도록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