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에 ‘음주운전’ 또한 도로위에서 가해지는 일종의 ‘묻지마 범죄’다. 가해자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피해자는 물론 주변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에 이른바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서 전역을 앞둔 20대 윤창호씨가 휴가 중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다 신호를 기다리던 횡단보도에서 만취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변을 당했다.
참혹한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윤씨의 친구들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억울한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청원글에는 한달도 안 돼 4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또한 친구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새 머리를 맞대 ‘윤창호법’ 발의 안을 만들어 국회의원 전원에게 메일로 전달했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친구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한국은 유독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다.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호소한다. 이런 ‘주취감형’으로 인해 수많은 고위공직자,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들이 가벼운 처벌로 풀려났다.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와 공인들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게 지금의 작태다.
음주에 대한 관대한 문화와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지난 해 44.7%를 기록했다. 3회 이상 재범률도 20%다. 지난 11년간 음주운전 3번 적발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자는 무려 10만명이 넘는다. 음주운전해도 처벌이 가벼우니 거의 습관처럼 음주운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11만4317건 발생해 2822명이 사망했다. 매년 평균 2만2800여건이 발생, 이를 일일로 환산하면 62건에 달한다. 현재 한국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0.10%의 경우는 6개월 이하 징역이거나 300만원 이하 벌금이, 0.20% 이상이면 1~3년 이하 징역 또는 500~1000만원 벌금을 낸다.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만 처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음주운전자를 비롯해 술을 권하거나 차에 동승한 사람도 함께 처벌 받는다. 미국의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최소 50년에서 최고 종신형 선고를 내려 강력하게 처벌한다. 브라질은 음주단속 기준이 0%로 술을 입에만 대도 적발되고 1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노르웨이는 음주운전이 2회 이상 적발되면 평생 면허를 정지한다.
이제 다른 나라의 처벌 내용과 수위를 참고해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발의된 ‘윤창호법’도 그런 차원에서 반드시 통과 돼야 한다. ‘윤창호법’은 재범방지법으로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에서 1회로 변경하고 처벌 기준인 음주 수치를 ‘최저 0.03% 이상~최고 0.13% 이상’으로 낮춘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시 ‘살인죄’로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록 사고를 당한 친구들에 의해 시작이 됐지만 여야 104명의 의원이 ‘윤창호법’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윤창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음주운전에 대한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