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동안 공방을 벌였던 국정감사가 29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등 13개 상임위원회에서 일제히 종합감사를 열어 앞선 국감 기간 미흡하게 다룬 분야를 재점검했다.
국회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3개 겸임 상임위가 30일부터 내달 7일까지 별도의 일정으로 감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국회는 내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정국으로 돌입한다.
이번 국정감사는 결과물만 놓고 볼 때 한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29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 비준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지만 국민의 박수를 받을만한 성과는 찾기 힘들다.
그나마 의미 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고 이슈화하면서 관련법안과 교육부의 행동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부분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예산자료 무단 유출’ 공방은 초반에 핫이슈로 떠올랐다가 역풍을 맞았고, 김진태 의원의 ‘뱅갈 고양이 퍼포먼스’는 또 다른 동물학대 논란을 자초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이번 국감은 예년과 달리 야당의원들의 활동이 극히 저조했다. 지난 1년간 정부가 했던 일을 제대로 됐는지 감시하는 국정감사는 원래 야당의원들의 독무대가 되곤 했지만 올해는 유독 야당의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의 현실이 국정감사를 김빠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가운데 의원들은 국감기간에도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등 국정감사에 전념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갖는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470조원이 편성했고, 국회에서는 이 예산이 적절한 수준인지, 우선순위가 맞는지를 심의하고 조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소속위원회와 지역구 예산도 살펴야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기재부와 예산 협조를 논의해야 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감이었기애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촛불혁명으로 전 정권이 탄핵된 뒤 국민의 뜻을 모아 세워진 정부다. 하지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정부에서 제대로 일을 했는지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간임에도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적폐의 현장이 더 없는지, 잘못된 관행과 세금 누수의 현장은 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바로 잡아야 할 시간이었다. 여당 야당의 입장보다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신아일보]